돼라 돼라 뽕뽕

         구연동화 이은숙 시낭송가



큰 숲에는 나무만큼이나 많은
요정들이 살고 있었어요.
요정들은 동물들과 서로 도와 가며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요정들 중 제일 장난이 심한
나무 요정 뽕뽕이만 나타나면
모두 자리를 피하지요
뽕뽕이가 집게손가락으로 배꼽을 문지르며
"돼라,돼라." 하고 주문을 외우고 나서
"뽕뽕!" 방귀를 두 번 뀌면 무엇이든지
바라는 대로 되었어요.

'아이, 심심해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옳지! 낮잠 자는 사자들을 골려 줘야지.'
"돼라, 돼라, 뽕뽕!"

"어이구, 아야야야!"
"누구 짓이야!"
잠에서 깬 사자들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개졌습니다.

"이번엔 검쟁이 하마를 놀래 줘야지!"
뽕뽕이는 주문을 외웠어요.
"돼라, 돼라, 뽕뽕!"
풀잎으로 변해 숨어 있던 뽕뽕이가 하마 앞에 불쑥 나타났어요. 
하나문 너무 놀라서,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우 헤헤헤! 너무너무 재미있다!"

모두가 잠든 밤이었어요.

"히히히, 아주 재미있는 장난을 쳐야지."
뽕뽕이는 동물들 머리에 나뭇잎을 하나씩 붙였어요.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주문을 외웠어요.
"돼라, 돼라, 뽕뽕!"
밤의 사냥꾼 부엉이만이 뽕뽕이를 지켜 보고 있었어요.

"어? 어어!"
갑자기 부엉이의 눈이 더 똥그래졌어요.
동물들의 갈기, 귀, 뿔 등이
떨어져 나와 공중에서 둥둥 떠다녔어요.
동물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자고 있었답니다.

아침이 되었어요.
"어떻게 된 거에요, 악어님?"
악어새는 악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왜 사자의 갈기가 악어님한테 붙어 있는 거지요?"

기린은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는,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코뿔소의 뿔이 내 얼굴에 붙어 있잖아!"
커다란 뿔 두개 때문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기린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숲 속에는 큰 소동이 벌어졌어요.
대머리 사자, 더벅머리 악어, 길쭉 귀 원숭이 …….
동물들은 서로서로 갈기, 귀, 뿔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치며 싸우기 시작했어요.

부엉이가 보다못해 간밤에 있었던 일을
원숭이에게 말해 주었어요.
화가 잔뜩 난 원숭이는
"장난꾸러기 뽕뽕이, 나무나 되어 버렸으면 ……."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른 동물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장난꾸러기 뽕뽕이, 나무나 되어 버렸으면 ……."

"저 원숭이 좀 봐! 기린은 또 어떻고, 우-헤헤헤!"
재미있다고 웃어 대던 뽕뽕이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어요.
그러더니 쑥-쑥,
눈 깜짝할 사이에 기린보다
더 긴 나무가 되어 버렸어요.
뽕뽕이는 이제 꼼짝 못 하게 되었어요.

"돼라, 돼라, 뽕뽕!"
아무리 주문을 외워 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아! 내가 잘못했어."
뽕뽕이는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어요.

"내 나뭇잎을 따서 너희들 머리에 붙이고
한쪽 발을 세 번 굴러 봐.
그러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거야."

새들이 나뭇잎을 따다 주어
동물들은 곧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밤이 되자
뽕뽕이는 무척 쓸쓸했어요.
"아, 이제 나는 어떻게 하지, 흑흑."
나무가 된 뽕뽕이를 보고
동물 친구들은 마음이 아팠어요.
"하느님, 뽕뽕이가 다시 
나무 요정이 되게 해 주세요."
동물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했어요.
그러자 하늘에서 별빛 가루가 내려오기 시작했어요.
환한 별빛들이 나무를 감싸자
나무는 차츰 뽕뽕이로 변해 갔어요.

"미안해, 친구들아, 다시는 장난치지 않을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뽕뽕이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에게 꽃목걸이를 만들어 주었어요.
"야호!"
기분이 좋은 뽕뽕이는 자꾸자꾸
공중을 뱅그르르 돌았어요.

"친구들아,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