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형이랑 닮았다고?

         구연동화 이은숙 시낭송가


나는 한이에요.
사람들은 내가 형이랑 꼭 닮았대요.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형은 장난감이 많아요.
로봇도 내 것보다 크고, 자동차도 더 많아요.
진짜 축구공도 있어요.
"형, 같이 가."
"너는 축구 못하잖아."
형은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가 버려요.

만약 내 친구 캥거루가 옆에 있다면…….

아얏, 뻥!
우리가 공을 차면 모두 골인일 거에요.
형은 이리 쓰러지고, 저리 엎어지겠죠?

찌릉찌릉, 형이랑 자전거를 타요.
형은 자전거를 새로 샀어요. 형이 타던 세발자전거는 내가 타고요.

"형, 같이 가!"
내가 불러도 형은 앞으로 씽 달려요.
"너는 빨리 못 가잖아."

아무리 애써도 형을 쫓아갈 수 없어요.

만약 내 친구 타조가 옆에 있다면 …….

타타타타!
내가 형보다 훨씬 빠를 거예요.
"나도 한번만 타 볼게!"
오히려 형이 나한테 부탁하겠죠?

나랑 형이랑 목욕을 해요.
텀벙텀벙 물놀이는 재미있어요.
그런데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서 싫어요.
"잉, 엄마! 눈이 따가워."

그러면 형이 꼭 옆에서 놀려요.
"한이는 울보래요, 울보래요!"

형은 혼자서 머리 감는다고 자랑해요.
만약 내 친구 코끼리가 옆에 있다면…….

쭈욱 쭉, 쫘악!
이렇게 물을 쏟아 부어도
형혼자 머리를 감을 수 있을까요?
아마 서 있지도 못할 걸요.

"우아, 맛있겠다!"
나도 좋아하고, 형도 좋아하는 닭튀김이에요.
그런데 형이 나한테는 두 개만 주고,
나머지는 다 들고 쏙 가버려요.

"엄마!"하고 부르지만 이미 늦었어요.

만약 내 친구 사자가 옆에 있다면 …….
으르렁, 크앙!
날카로운 이빨로 지키고 있어도
형이 빼앗아 먹을까요?

형이랑 컴퓨터 게임을 해요.
"바보야, 우리 편이 죽었잖아! 저리 가, 내가 해줄게."
"싫어! 내가 할 거야!"
"야!"
형이 내 팔을 밀쳤어요.
"으앙!"

내가 아무리 울어도 형은 꼼짝도 안 해요.

"한이야."
내 친구들이 왔어요. 캥거루, 타조, 코끼리, 사자까지.

"정 정말 욕심꾸러기지?
우리가 형을 혼내 줄까?"

뻥 차서 날려 버릴까?

부리로 콕콕 쪼아 줄까?

맞아! 물 대포로 쏘아 주자!

엉덩이도 꽉, 물자!

그....그만, 그만해!

"한이야!"
어, 형이 불러요
"……."
친구들이 나를 쳐다봐요.

"우리 다음에 진짜 혼내주자."
"지금 말고?"
"응, 다~아~음에."
나는 친구들한테 인사를 했어요.

"한이야, 여기부터 네가 해!"
"정말?"
핑핑, 슝슝.
"어쭈? 잘하는데."
"형! 나, 또 가르쳐 줘."
형이 나를 보고 웃어요
웃으니까 보조개가 쏙!

이제보니 형이랑 나, 진짜 닮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