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인협회 2024년 5월 이달의 시인 선정 - 정기성 시인
전남 무안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광주전남지회 정회원
<<작품감상>>
1. 춘사(春詞) / 정기성
백색 포연(砲煙)이 휘몰아치던 전장(戰場)은
나비처럼 겁 없이 유영(遊泳)하는 총탄의 섬뜩함이
견딜 수 없는 사정(射精)의 욕구를 짓누르며
계절의 앙상한 잔해 속에서
처절했던 전쟁의 상흔(傷痕)을 표구(表具)한다.
능욕(凌辱)과 짓밟힘이 난무(亂舞)하던 대지는
연신 터져 나오는 하품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낡은 두루마기 속에 맨살을 드러낸 초목(草木)은
인고와 기다림으로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얼굴을 닦는다.
난시(亂視)의 어지러움을 제압한 다초점 유리알이
철 지난 기억을 박제(剝製)하고
갓 시집온 한줄기 햇살이 뽀얀 얼굴을 내민다.
마침내
어머니의 젖가슴에 익숙한 체온이
승리의 깃발을 세운다.
헐레벌떡 달려온 선지자가
목 타는 신도를 모아 가슴 설레는 신흥 종교를 선포한다.
‘봄’이다.
*2024년 신춘문학상 금상 수상
2. 분리수거장에서 / 정기성
분리수거장에서
남자는 고독을 만난다.
제각각 사연으로 떠돌다가
좋은 것은 뺏기고
맛난 것은 토해내고
쓰다 남은 허드레로 밀려나
이름표마저 지우고 내팽개쳐져
억지스럽게 눌려 쌓이는 삶.
새것일 때는
손에 이끌려 문턱을 넘고
알맹이 비워내고 껍질로 남아
스스로 손에 이끌려
분리수거장으로 향한다.
여기저기 눌린 고독들이 오열하면서
불빛 밝은 제 집 창문을 물끄러미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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