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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2-10-23 (화)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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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쳤어요 
    
  ♣★ 점을 쳤어요 ★♣ 
     - 시 : 돌샘/이길옥 -

소문에 소문의 꼬리가 들쑤시고 다닌 사방팔방에서
신세 구긴 사람들 구름처럼 몰려드는
귀신같이 용하다는 점쟁이 집 대문을 잡고 서 있는 신 내림 나무
가지 다 잘리고 맨몸뚱이 끝에 오색 천 묶고 바람을 타고 있다.
대문 문턱을 넘어서 마당에 들어서니
마루 밑 댓돌 위에 엉켜 나뒹구는 신발들이
제 의무에 지쳐 주인만큼 천태만상이다.
신발 벗어 그들 옆에 끼워주고
감방 창구 같은 좁은 문틈으로 얼굴 가린 여자가 주는 27번 번호표를 받아
험한 세상 풍파 속에 낯 뜨거운 몸뚱이를 밀어 넣었다.
모여 있는 궁상들의 상판대기에 두룩두룩 붙어 있는 물정들이
하나같이 석탄 더미처럼 시커먼 때가 쌓여 있다.
불안한 대기석에서 신세타령들이 웅성거린다.
하나씩 불려 갔다 나오는 안색이 각각이다.
27
투전판에서 땡 다음가는 끗발 갑오다.
그 끗발을 들고 자칭 도사라는 젊은 점술가 앞에 서기 무섭게
‘당신 점괘 없어’란다.
나갈 때 복 전 챙겨가란 말 덧붙여준다.
모멸감이 주는 화끈거림이 얼굴에 황혼으로 올라
앞날도 없는 늙음을 비웃는다.
아니지 내 점괘는 도사도, 점쟁이도 볼 수 없는
땡보다 몇 배 좋은 갑오 끗발이라 나만 알 수 있지.
나만.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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