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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2-06-07 (목)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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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 근황 ♣♣
     - 시 : 돌샘/이길옥 -

퇴직 후
수입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아내의 눈치를 염탐하는 버릇이 생겼다.
직장에 있을 때
음흉스럽게 입가를 오르내리던 웃음은
서서히 독기로 살 오르고
참기름 발라주던 옹알거림은
갈수록 바늘 끝으로 변해 번쩍 빛을 찌른다.
다행인 것은
잠이 줄어든 나이 탓에
꼭두새벽 어둠을 박차고 일어나
눈치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함을 껴입을 수 있다는 것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시원하고 상쾌한 가벼움을 몽땅 독차지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일인가.
비록 눈칫밥으로
자존심의 중추신경이 마비되어
구겨지고
찌그러지고
일그러져 망가지고
찢어지고 터져 구멍이 나고
무너져 떠내려가며 왕창 해체되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속에서나마
지난날의 기백 꺼내어 빳빳하게 풀 먹이고
굽은 등뼈 우지끈 소리 나게 세우며
어둠을 경영하는 일에 미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사는 재미가 새롭게 싹을 낸다.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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