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학세계 2009‘ 가을호 시인탐방>>

               시인 - 장경복

시를 쓴다는 것은 인고의 세월을 그 짧은 문장 안에 각인 하듯 그렇게 새겨 넣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의 붓질은 거칠고, 어떤 이는 섬세하고, 어떤 이는 오만함이 가득해서 한 줄만 읽어도 내려놓고 싶은 그런 글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찾은 장경복 시인은 겸손함이 삶의 곳곳에 배여 언제나 남을 배려 할 줄 알고, 시인의 글에서도 보이 듯 시인의 단아한 성격은 그야말로 천상 글쟁이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시인, 수필가, 소설가 보다는 글쟁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글이 좋아서 쓰는 사람, 쓰는 자체가 좋기에 주변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사람, 글과 삶이 같은 사람을 글쟁이라 표현한다. 장경복 시인은 글쟁이였다. 글에서 보이는 단아함과 마음 여림이 있지만, 어느 때는 강인한 모습이 보이는 장경복 시인의 글. 시인의 삶과 마음 역시 글과 같음에 가희 존경하고 싶은 분이기도 하다.

가식이 없고, 있는 삶을 그대로 표현하는 장경복 시인의 글과 삶속으로 이제 한 발짝 여행을 해보자. 시인의 마음속으로, 시인의 삶속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의 글속에 많은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해 보고 싶다.  

Q. 인적사항과 기본 프로필

J. 안녕하세요? 장경복입니다.

대한문학세계로 등단하였는데 이곳에서 인터뷰를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는 서울이 고향인 사람입니다. 가족은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남편과 지금까지 변치 않은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며 언제 보아도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 있습니다.

시집으로는 '기쁨 한 모금 슬픔 한 방울'이 있고

공저로 '현대시를 대표하는 특선 시인선' 외 다수 있습니다.

Q. 시인을 꿈꾸었던 계기가 있으신가요?

J. 파란 하늘이 더 높아가고 단풍 지는 가을이면 누구나 시인이지 않습니까?

저는 가을이 오면 오래전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영원히 친구 하자던 현재의 서방님이 입영 열차를 타고 논산 훈련소로 가는데 청춘의 이별 앞에 찬바람은 몹시도 사나웠고 가로수의 잎들이 사방에 떨어지듯 허공에 눈물을 뿌렸던 순간들과 찢어지는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리겠노라 맹세했던 그날의 약속을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그때 삼 년 동안 매일 위문편지를 부치다 보니 자연히 글쓰기가 익숙해졌고 제가 시를 좋아해서 가끔 좋은 시 한 편을 적어서 보냈던 경험이 밑바탕 되어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서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현대 삶에서, 시인으로서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

J. 시인이라서 특별히 힘들다기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동네 이웃과도 정이 많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가난한 삶이었어도 낭만이 있었는데 물질이 풍성해진 지금 더 춥고 더 쪼들리며 담이 높아져서 그런지 더 답답한 것 같아요. 우리는 청계천 헌 책방을 오가며 주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모퉁이에서 책을 읽었는데 부족함 없이 모든 걸 넉넉하게 부모님이 대신해주고 그들의 삶이 편리해져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문학 책을 멀리하는 것 같아 때로는 안타깝습니다.

시인뿐 아니라 작가들이 어렵게 책을 펴내도 잘 팔리지 않아 걱정입니다. 여러분, 시는 정신의 양식이오니 요번 가을에는 시집 한 권씩 읽어서 모두 마음의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시 속에 담고 싶은 주제가 따로 있나요?

J.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듯이 저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합니다.

또한, 저는 제 글도 나만큼 사랑합니다.

두 번째 시집에 강아지풀과 낡은 신발이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배부른 사람은 배고픈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넉넉하게 베풀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병들어서 곧 죽을 사람의 심정을 어찌 알겠습니까.

들풀이 그늘 밑에 말없이 숨죽여 있기에 장미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건 아닐까요.

Q. 첫 번째 시집,

 기쁨 한 모금, 슬픔 한 방울 시집이

 2007년 말에 발행이 되었던데, 그 시집에 대한 주변 분들의 반응이 어떠했었나요?

J. 부끄럽지만 순수하고 맑다는 평을 받았고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첫 시집은, 저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등쌀에 못 이겨 그동안 써 놓았던 글을 용감하게 저질러 놓고 많이 후회했던 작품이지만 지금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소신껏 옳다고 결정했다면 용기 있게 저지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질러야 넘어지든 일어서든 하지 않겠습니까.

미리 겁부터 먹고 주저앉았다면 저는 여기에 없겠지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2집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Q. 두 번째 시집을 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J. 두 번째 시집 '나는 당신의 밥입니다.' 9월에 출시됩니다.

올해 9월 29일이 결혼 30주년이라 2집은 오래전부터 계획하였던 일이었고 제게는 아주 특별한 시집이 되리라 봅니다.

Q. 만약 두 번째 시집을 내신다면, 이번에는 그 책에 담고 싶은 메시지 같은 것이 있나요?

J. 시는 내가 걸어온 과정이기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진실이 담겨 있지 않고 꾸민 글에는 생명이 없거나 오래가지 못하겠지요. 누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며 힘들고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삶 자체가 고단하기에 때로는 한 편의 시가 큰 위로와 힘이 될 때가 있지요. 그런데 요즘 모두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사랑과 희망을 더 전하고 싶었습니다.

Q. 현재 시인이신데요. 다른 장르 문학을 해보고 싶으신 것은 없나요?

J. 작가라면 시뿐 아니라 수필과 소설도 집필할 줄 알아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저는 능력이 부족하고 인내도 부족하여 몇 년씩 걸리는 소설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수필은 한동안 집필하였는데 시가 좋아 시를 선택했으니 시인으로 남아야지요. 짧은 단어에서 오는 짜릿함과 그 오묘한 사랑에 빠진 저는 시를 놓을 수가 없네요.

Q. 인터넷에서 다른 분들의 시가, 낭송이 되고, 영상으로 만들어져서 발표되고 주변에서 그 글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가 있잖아요? 그럼 어떤 생각이 드세요? 혹시 시낭송이나, 영상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세요?

J. 제가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신은 여러 가지 일을 다 잘할 수 있게 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멋져 보이지요.

시인은 시를 잘 써야 되겠지만 꾀꼬리 같은 천의 목소리를 타고난 사람이 시를 낭송할 때 글이 살아서 움직이지 않던가요. 눈을 감고 낭송시를 들으면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는 시만 쓰기에도 너무 부족한 사람입니다.

Q. 여가시간이 주어지면 주로 무엇을 하세요? 취미 생활은?

J. 시간이 있을 땐 두 가지 생각을 합니다.

하나는 많이 생각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모두 버리는 연습입니다. 버리는 일은 나를 비우는 일이고 많이 생각하는 것은 새로움을 다시 채우는 것일 테니까요.

취미로는 오랫동안 해오던 등산이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골프는 연습장에서만 십 년을 보냈습니다. 시와 운동 어느 것 하나 만만하고 힘들지 않은 것은 없지만 자신의 건강을 잘 지키고 맑은 정신으로 도전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봅니다.

Q. 혹시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바꿀 만큼 인상에 남거나 감동적인 글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느 작품인지, 이유와 함께 소개해 주세요.

J.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잊을 수 없어요. 생활고에 힘들었던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 재물을 갖지만, 영혼은 이미 사형수로 살아갑니다. 현실보다 내면의 세계를 깊게 파헤친 작품으로 내가 가진 이중성에 항상 제동을 걸지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무엇 하나 훔쳐본 적이 없고 거짓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마 천당행 티켓을 태어나기 전부터 받아 놓은 사람일 거예요. 저는 아직도 거짓과 흥정하고 타협하며 그것이 나를 이기려 해서 힘듭니다.

Q. 글을 쓰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어느 때인가요?

J. 문뜩 떠오른 영감 하나를 손에 올려놓고 애인처럼 놀면서 카멜레온 같은 그 얼굴을 수없이 지우고 덧칠하다가 예쁜 모습으로 탄생할 때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지요. 때론 눈물이 납니다.

Q. 시인으로써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J. 시인이라면 당연히 좋은 작품을 쓰는 일 아닌가요.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 죽는 날까지 노력할 겁니다.

Q. 집필은 주로 어느 시간대에 많이 하세요?

J. 특별히 시간을 정해놓고 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때 어느 장소든 한 단어만 떠올라도 메모해 두었다가 틈틈이 글을 쓰며 모두 잠들은 조용한 시간이 제일 집중하기 좋겠지요.

Q.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지녀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J. 저 자신도 아직 덕목을 갖추지 못했는데 누구에게 무슨 덕목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모든 일이 작심삼일로 끝나기에 스스로 만들어 놓은 저와의 약속이 있습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 3심

1. 초심 (처음 먹었던 마음을)

2. 동심 (어린이 같은 순수한 가슴으로)

3. 열심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자)

어떤 길을 가도 힘들겠지만, 시인은 특별히 맑은 시안 더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다독 다작의 방법밖에 없으며 남의 것으로 쉽게 얻으려 하지 말고 자기만의 색깔을 멋지고 아름답게 색칠했으면 합니다.

Q. 문학 활동은 주로 어떻게 하시나요?

J. 온라인 시대에 살면서도 저는 오프라인을 좋아합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별로 활동하지 않습니다.

제가 몸담은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와 강서문인협회에만 있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저로서는 새로운 인연을 자꾸 만들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J.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시집 '나는 당신의 밥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함께하신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김락호 이사장님 고맙습니다. 또한 대한문학세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할 당시 위문편지를 쓰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는 시인의 말에 그 애절함의 크기가 글을 향한 열정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애절함과 그리움과 긴긴 시간 속에서의 외로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작한 글을 놓을 수 없음에 가족의 따뜻한 사랑 안에서 사랑이 가득 담긴 글을 시인은 쓰고 있는 것이다. 힘겨운 사람들에게 한 줄의 글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장경복 시인의 글은 타인에게 위로가 될 만큼 큰 사랑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경복 시인의 겸손함과 따뜻함이 많은 문인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을 내어 놓고도, 현실은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단순한 것만을 좋아하는 현 세태이기에 독자가 없는 지경이다. 지금 장경복 시인의 시집이 9월에 출간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시인의 글이 많은 이들 가슴에 감동으로 남을 수 있게 많은 사람이 시인의 시집을 마주 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다시 장경복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드리며 따뜻한 가슴을 지닌 시인으로 오랫동안 남아 계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