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수빈 시인님 안녕하세요? 2014년 대한 문학세계 봄 호 인물탐방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협회 정회원이시고 많은 창작 활동을 통하여 시인님을 아끼시는 팬들이 많을 줄 압니다. 지면을 통해 간단한 인사 말씀과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사랑해주심에 고마운 마음을 돌에 새기고 있습니다. 저의 시를 감상하여 주시고 애독하여 주시는 팬분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저의 글을 애독하여 주시길 바래봅니다. 저의 고향은 평안남도 안주 입니다. 청천강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지요, 예로부터 청천강 근처는 땅의 기가 높아, 문인이 많이 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단지 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웃음) 고향자랑 한마디 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저의 어머님이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그 얘기 중엔 여러 가지 시가 많았었는데 그중에서도 해학적인 시와 풍자시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대나무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나오는 대로 옳고 그름은 따지지 말고, 그저 그런데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물건 사고파는 것은 시세대로 만사는 다 내 마음대로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너무 공감이 가는 시였습니다. 은유법을 쓰거나 직접적인 화법으로 불의에 싸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저의 어머님도 문인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우니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은 것도 없고 체제상 어떤 단체에 가입된 정식문인은 아니시지만, 어머님의 글에는 뛰어난 감수성과 설득력, 철학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이해 못 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어머님은 나이가 들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그 시기부터 저의 어린 마음에, 문학에 대한 감수성이 서리꽃마냥 피어나기 시작했나 봅니다. 힘든 삶의 고통과 생사를 넘나드는 한계를 겪으며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죽음이 두렵지가 않습니다. 마치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의 한계를 느껴본 듯, 하지만 살아가면서 욕심 버리기는 쉽지가 않더군요. 성인군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웃음)
Q 시인님의 고향이 평안남도 안주라고 하셨는데, 그럼 탈북을 하신 건가요? 탈북을 결심하게 된 동기나 탈북하면서 많은 위기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특별히 한국으로 오게 된 동기가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 탈북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들은 자정이 넘어 몰래 TV를 시청하시곤 했는데, 어린 마음에 부모님이 무엇을 보시는지 궁금해서 몰래 훔쳐보던 중 부모님이 중국방송을 보고 계시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12~3살 경엔 중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자연재해로 인해 “고난의 행군 시기”가 오자 먹고 살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길가엔 죽은 사람들이 가득했고 날마다 누구네가 굶어 죽었다더라 하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다행히 저희 집은 어머니가 빵장사를 해서 굶주림을 덜 겪고 지나갔습니다.
Q 말씀 중에 죄송한데, 북한에서는 체제상 개인이 장사를 할 수 없지 않나요?
- 네 맞습니다. 장사를 할 수 없지만, 저희 어머니는 미래를 내다보고 장사를 하셨습니다(웃음). 북한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라는 것이 열립니다. 일주일간의 내 생활을 공개하고 잘못을 서로 비판하는 것인데요, 우리 어머니는 매일 밤마다 법규와 말씀 집을 공부하고 모두 외워 당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반론을 제기해 결국엔 장사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북한도 나라이다 보니 법규란 것이 있답니다.
다시 하던 얘기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가 닥치고 전 탈북에 대한 계획이나 사전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에 거주하는 먼 친척을 찾아 나섰습니다. 어머니와 가족 모두에게 인사도 못 드리고 그렇게 갑자기 길을 나섰습니다. 압록강을 건널 때도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밤이 아닌 낮 그것도 오전 9시경쯤에 건너기 시작했는데, 초소를 보니 교대시간이었는지 아무도 없어서 건너기 시작했고 무사히 압록강을 건넜습니다. 압록강을 건너면서도 두려움보단 물이 차갑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에 가서 10년 동안은 조선족이나 한국인은 일절 만나지 않고 살았습니다. 혹여나 내가 탈북자라는 사실이 들통 날까 봐 철저하게 중국말을 잘하는 조선족으로 신분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초반에는 정말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고, 어렵게 찾은 친척은 날 반가워하기는 했으나 이내 외면을 했습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타지에서 홀로서기 위해 노래를 들으며 4성과 글자를 익히고 이를 악물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타지방 사람들을 내쫓기 시작하여 다급해진 마음에 평소에 다니던 교회로 찾아가 목사님에게 도움을 청해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땐 한국이 남조선인 줄도 몰랐습니다. 한국에 와서야 한국이 남조선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웃음)
Q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 특히, 부모님이 보고 싶진 않으신가요
- 네 보고 싶습니다. 브로커를 통해 몰래 남동생과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과 통화는 할 수 없었지만, 부모님께서는 제가 중국에서 몸 건강히 잘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셨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탈북을 하고 4년쯤 뒤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고향 집에 부모님과 함께 있는 꿈을 꿉니다. 6년간은 어머니가 화가 나신 듯 보였는데 그 이후로는 어머니가 꿈에서 저를 보고 웃어주시기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꿈을 꿉니다. 그 꿈을 꾸고 일어나는 날은 참 행복하고 기쁜 날입니다.
Q 시인님께서는 2012년 10월에 등단하기 전 힐링 러브라는 시집을 출간하셨는데, 출간하게 된 각별한 계기가 있을 듯합니다. 당시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제 전공이 중국 문학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유명한 시인들의 글을 읽으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내가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끝에 이 세상에 와서 받은 것 자체를 돌려주려고 했고 하나의 사회 환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내가 쓴 책이 나온다고 하니 지나온 눈물 자국이 대지에 떨어져 씨앗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황송하고 기뻐서 어떠한 아름다운 표현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 내가 살아있기에 이런 일도 있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 팬들의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첫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시인님께서는 기자와 비슷한 연령대인데, 시를 읽어보면 짙은 삶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가슴 시린 그리움과 깊은 아픔이라 할까요, 시인님께서 걸어오신 삶과 추구 하시는 시의 세계는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 내가 걸어온 삶이라. 음 뭐라 할까요. 깊은 웅덩이에서 헤어 나온 느낌이랄까요. 10년의 하모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겨우 풀 한 포기 붙잡고 부평초 위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음속 깊이 있는 아픔과 그리움을 몇 글자의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너무나 많은 가시밭길에서 넘어지고 찔리고 피가 나고 또 아물고, 아물었던 곳에 다시 찔리기를 반복하면서 걸어온 삶이다 보니 제가 추구하는 시의 세계는 정의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글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Q 시인님께서 얼마 전에 아들을 출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진작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늦게나마 정말 축하드립니다. 여자는 출산을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들 하더군요, 출산하고 나신 후 시인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글의 색이 바뀌시진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내리막길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는 말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의 세월이 내리막길이었다면 지금은 오르막길을 걸어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여자는 출산을 하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던데, 전 아직 너무 정신없는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보다 배려심이 많아졌다고 생각됩니다. 출산하고 난 후에 표현하고자 하는 글의 색은 바뀌지 않았지만 조금 더 겉모습의 화려함보다는 솔직함과 진실함이 묻어나는 진솔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고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Q 대한문인협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가 2011년 3월 즈음부터 시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SNS를 통해 저의 마인드가 담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마음으로 게재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 날 갑자기 100명 200명의 사람들이 친구신청을 하시더군요. 500명이 제한이라 500명 정도로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공감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글에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일정한 팬분들이 생기고 나니 더 열심히 아침 6시면 글을 게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번은 아파서 게재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시던 팬분들이 오늘 무슨 일이 있느냐고 관심 어린 댓글을 달아주시더군요, 네티즌들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함을 느꼈습니다. 팬분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동을 받아 1년 반 정도 꾸준히 올리다 보니 시가 점점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응규 시인님의 추천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의 글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고마운 마음에 더 노력했고 그 덕분에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등단이라는 영광을 얻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다짐은 있지만, 감성을 얻기란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요즘엔 여유가 생겨서인지 옛날의 힘들었던 시절과 눈물로 보낸 시간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눈물 쏟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Q 시인님은 기자와 등단 동기이기도 하기에 등단의 기쁨은 비슷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등단의 기쁨을 시인님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듣고 싶습니다.
- 가시밭길을 걸어오면서 아파서 울어야 했던 그 시절, 내게 이런 좋은 날이 올까라는 의구심에 마음을 항상 졸이고 살아왔는데 부족한 글에 힘을 주시고 격려와 함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인이신 저의 어머님께도 감사합니다. 뒤늦게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로부터의 가르침과 유전적 요인도 제 문학 활동의 밑거름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저 세상에 가 계시는 어머님께 사랑한다는 말 전해주고 싶습니다. 대한문인협회 심사위원님들과 이사장님, 문우님들, 팬 분들, 가족이 되어주신 큰아버지와 모든 식구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Q 시인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시와 좋아하시게 된 사유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무승부 / 이수빈
가는 곳이 있다하여 으쓱하지 말고 날 곳이 있다하여 내려다보지 말고 올려다보며 살아도 높아질 것은 높아지고 내려다보며 산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닐진대 쇠퇴와 전진이 있을 뿐 무승부의 인생이라
- 이 시는 제가 제일 아끼는 시입니다. 제가 이 시를 제일 좋아하게 된 것은 저의 좌우명이 겸손이기 때문입니다. 과시와 겸손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어디서나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다거나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겸손 해 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마음 비우기인데,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버리다 보니 지금은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이 세상에 와서 얻은 것 다 돌려주고, 가지고 태어난 것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Q 멋진 시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수빈 시인님의 시가 2014년 1월 3주 금주의 시로 선정되셨더군요, 아주 좋은 출발입니다. 왕성하신 시작(詩作)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선정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 네 감사합니다. 선정해주신 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팬분들이나 저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Q 예전에 시인님의 책 힐링 러브를 중국어로 번역, 출판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은 것 같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팬들도 계실 것 같네요, 현재 진행상태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 네 저는 이미 출간한 처녀작 “힐링 러브”를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글을 다시 번역하려니 시를 쓸 때의 감정이나 느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번역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출간하는 시집은 번역과 함께 출간할 생각입니다. 궁금해하시는 팬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지금은 육아와 동반해서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Q 시인님은 미모의 시인으로 팬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팬들을 위한 시인님의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웃음- 시인님의 글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두 번째 시집은 언제쯤 출간하실 예정이신가요?
- (웃음) 미모라니요. 기자님이 훨씬 더 예쁘지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팬들을 위한 특별한 비법보다는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낌없이 퍼주는 저의 성격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요. 두 번째 시집은 중국어로 번역하는 관계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출간예정은 아직 확답을 못 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시인으로서 혹은 작가로서 생각하고 있는 문학 활동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과분한 존칭입니다. 시인이나 작가라는 타이틀을 떠나서 저의 글이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어주는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을 쓰는 것이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고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해 할 것입니다. 계획을 세운 게 있다면 두 번째 시집부터는 글로벌화로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집필과 육아로 힘드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대한문인협회 회원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네, 집필과 육아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라는 말을 체감하고 있고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다 위대한 것 같습니다. 대한문인협회 회원님들 문우님들 나이가 제일 어린 저를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심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문우님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회원님들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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