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문학세계 겨울호 인물탐방 - 최영호 시인님
  
Q. 최영호 시인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인님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A. 2017년 3월호 대한문학세계 문예지로 등단한 대구경북지회 최영호입니다. 이렇게 대한문학세계 겨울호를 통해서 인사드릴 수 있어 참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Q. 시인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A. 현재 자영업으로 철물점을 운영하고 화외마을에서 온돌방 민박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1989년 대학교 써클 활동을 시작으로 국가 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 탈놀이 이수자 최영호로서 열심히 공연도 하고 또한 시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하회별신굿 탈놀이 이수자라고 하셨는데 탈놀이 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이수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자부심을 가지고 탈춤을 춘다고 말씀드리기는 아마도 어렵습니다. 제 역할은 무형의 전통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이어주는 다리에 불과합니다. 전승의 역할보다는 이제는 전형의 다른 맛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도 살아 숨 쉬는 증거를 찾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은 주로 언제 하나요?
A. 예전 전통사회에서는 십년에 한번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광대들이 합숙하며 놀았습니다. 지금은 1997년 지방자치 제도가 생기면서 각 지방에서 상설공연을 하는데 현재 15개 시도에서 각각 그 지방의 전통문화를 공연합니다. 쉬는 날 없이 상시로 한다고 봅니다. 제 공연은 하회마을 탈춤공연장에서 거의 두 시에 한다고 봅니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월요일 빼고 거의 공연을 합니다. 지금은 안동의 대표적 콘테츠입니다.
Q. 수많은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공연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많은 공연을 했지만, 그래도 손을 꼽으라면 외국에서 공연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특정적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뿌듯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1995년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워싱턴 포스터 신문에서도 극찬을 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를 나갈 수 없어 참 안타깝네요.
Q. 올 한해는 여러 여건상 공연을 하기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어떠셨나요?
A. 몇 달간 공연을 못 한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방역 당국의 방침을 준수하고 단계별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공연을 합니다. 물론 전처럼 자유롭게 하지 못하지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웃고 우는 그 삶이 참 좋습니다.
Q. 시인님의 신명 나고 멋진 춤 한판으로 이 모든 나쁜 바이러스들이 한꺼번에 싹 다 퇴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럴 때는 어떤 역할로 속 시원하게 대사를 치면서 춤을 출까요?
A. 불과 몇백 년 전에는 오백만 조선의 인구가 돌림병에 백만 명 이상 죽임을 당한 적도 있었지요. 그럴 때 마을 대동놀이 별신굿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도 주고 위로가 되는 치유 약이었습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Q. 탈춤을 하다 보면 맡는 역할이 있을 건데 주로 어떤 역할을 맡으시는지요?
A. 딱히 역할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때그때 달라지니까요. 뭐든지 나에게 준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면서 합니다. 마음에 밝고 맑은 등불을 달아 누군가의 한숨을 웃음으로 만드는 것은 광대의 천명이기 때문에 뭐든지 즐겁게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로 늘 그렇듯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Q. 시인님께서는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신명 나게 한 판 놀고 나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확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A.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당한 긴장이 살아있는 쫄깃한 맛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객과 마주하는 첫발은 늘 가슴 벅찬 설렘입니다.
Q. 시인님을 보면 마당에서 신명 나게 놀기도 하지만, 펜을 잡고 종이 위에서도 거침없이 한바탕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떠신가요?
A. 그렇게 보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열정으로 한 마당 놀고 땀 흘리면서 가슴에 허름한 바람이 불면 글이 술술 나옵니다.
Q. 탈춤을 추시다 어떻게 시인이라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구체적 계기는 SNS에 올려놓은 좋은 글들을 보면서 거기에 댓글을 달고 쓰다가 SNS로 소통하던 울주의 농부 정상화 시인님의 추천으로 대한문인협회 등단했습니다.
Q. 시인님을 뵈면 항상 웃는 모습이에요. 아마 하회탈을 많이 쓰셔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듣지요?
A. 물아일체라고 하듯이 지극히 탈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웃어봅니다.
쓰고 있지 않고 바닥에 있으면 나무 조각이지만, 깊이 있는 눈웃음과 너그러움으로 아우르는 양반탈을 많이 쓰면 사랑스럽게 닮아 갑니다.
Q. 벌써 제 3시집을 출간하셨어요. 1 시집 ‘꽃뫼’, 2 시집 ‘아름다운 사람들’, 3 시집 ‘아름다운 사건’ 이렇게 출간하셨는데 정말 축하해요.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 참 부지런도 하시다는 생각이 드는데 각 시집의 제호도 특징이 있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A. 시집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명소에서 지어주는 것도 아니고 하여 쉽고 편하면 좋을 것 같아 담백하게 지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오한 철학을 담은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진솔한 제목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3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정말 많은 습작을 하셨는데 ‘시’란 시인님과 어떤 관계일까요?
A. 시는 애인입니다. 누구나 공감이 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길을 가다 문득 만난 꽃처럼 반가운 순간입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 것이 ‘詩’인 것 같습니다.
Q. 시로 삶을 풀어내면서 전과 크게 달라진 삶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글을 쓰고 다시 다듬어 책으로 엮어 독자와 만나는 행복은 끝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일은 가슴 벅찬 일입니다. 광대와 글쓰기는 허업입니다. 그렇지만, 사후에 한때 열정이 넘치던 광대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Q. 시와 탈춤이 만나 더 신나는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다양한 탈속에서 또 다른 자아를 만나 글로 풀어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턱도 없는 소리를 하는 턱없는 이매 탈을 쓰면 천진난만한 아이가 되고 소를 잡는 백정이 되면 험악한 사람이 됩니다. 글밭을 따라 걷다가 멋진 시를 만나는 날이면 기쁨만 가득합니다.
Q. 꾸준하게 작품 활동하시면서 출간된 시집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시집 속에서 시인님의 긍정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 같은데 어떤 시집이 애정이 많이 가나요? 물론 다 사랑스럽겠지만요.
A. 첫 시집 (꽃뫼)입니다. 아마도 산태극 수태극의 배산임수 주산인 하회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이 화산입니다. 순우리말로 꽃뫼입니다. 배나무가 많아 한때는 이화촌이라고 불리던 마을을 돌아 흐르는 강을 옛날엔 꽃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처음 애정을 갖고 출간한 첫 작품이라 더 마음이 갑니다.
Q.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한 편 소개해 주시기 바래요.
A. 조그마한 빈 초당에 보잘것없는 나무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소가 되었음은 아마도 소외된 낮은 계급사회에서 꽃이 피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탈춤을 추며 / 최영호
측은한 산마루 빈 초당에 엎드려 빈다.
나를 성장시킬 걸음으로 딛고 선 본능
한 걸음 멀어진 과거를 돌이켜보면
세상의 모진 바람을 탐했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텅 빈 하늘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헛헛한 가슴으로
빈 들판에 홀로선 그리움의 솟대가 섰다.
누구도 올 수 없는 피안의 언덕
사람이 신의 가면을 쓰고
춤추는 동안 신명이 된다.
나의 자아는 우주 끝 절대적 존재와 하나 되어 군림하며 누리를 날듯이 걷는다.
어깨너머로 번진 웃음 바이러스 잦아들면
아무도 남지 않은 빈 마당을 바람이 더듬고 간다.
Q. 위에서 소개한 시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A. 탈춤을 추는 인연으로 왔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의 날개를 달고 때로는 춤추며 웃다가 빈 마당을 스치는 쓸쓸함도 사람의 일이지요. 왔다가 가는 길에 그리움으로 여울지다 간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시인님께서는 바쁘신 중에도 대한문인협회에서 주관하시는 모든 행사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요즘 문우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지내시나요?
A. 올해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딱 한 번 대구경북지회 모임이 있었는데 탈춤을 추는 사람들과 코로나 서약서를 작성해서 참석을 못 했습니다. 비대면 방침을 따라 전화도 하고, 밴드에서 만나고 대한문인협회 서재에서 글로 소통을 합니다.
Q. 인물 탐방에 선정되셨으니 대구경북지회 자랑도 살짝 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대구경북지회 한분 한분 미모와 지성으로 몽땅 미남 미녀뿐입니다. 협회 역사와 함께 특출한 지회장님 이하 임원진 모두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Q. 대한문인협회와 연이 되어 멋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아름다운 동행이 되길 바라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으시길 응원합니다. 앞으로 또 개인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는 신념으로 꾸준하게 운동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건강한 글을 쓰면서 편안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온돌방체험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최영호 시인님은 어떤 시인으로 독자에게 기억되고 싶나요?
A. 저는 시인이라는 무거운 무게보다 글을 사랑하고 그리움으로 여울지다 명랑한 광대로 남고 싶습니다.
Q. 함께할 수 있어 참 반가웠습니다. 어려운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심 감사드리면서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시기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인사로 마무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A. 저의 바람은 죽는 날까지 춤추고 시를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통사회에서 놀았던 탈놀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 시절을 대표하는 예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움츠린 마음 활짝 펴시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한때는 그랬었지, 옛이야기를 하며 반갑게 웃으며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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