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인물탐방 - 박희홍 시인님
  
Q. 박희홍 시인님 안녕하세요. 2020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인물탐방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시인님의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해요.
대한문인협회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2017년 9월에 등단했습니다. 이제 만 4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창작활동을 열심히 하지 못한 편이지만 회원 여러분께서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으실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시길 바라며, 건강을 지키면서 문운 창대하길 소망합니다.
Q. 요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물론 시인님께서도 힘드시겠지요.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시나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 부근에 있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의 산책로(왕복 약 8㎞)를 따라 걷습니다. 낮잠은 저의 보약으로 약 20～30분 정도 잡니다. 건강 문제로 가능하면 앉아 있는 시간보다 많이 움직여야 하기에 집에서도 틈틈이 좁은 거실을 왔다 갔다 걷기도 합니다. 저녁에는 구십 넘은 노모(老母)의 말벗이 되어 웃고 떠들며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불규칙적이지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원봉사활동도 가끔 하고 있습니다.
Q. 시를 처음 접하게 된 동기와 본격적으로 등단하여 시를 쓰게 된 것은 언제였나요?
소년 소녀가 학창 시절 문학에 대한 꿈을 꾸지 않은 사람 있을까요. 대다수가 그런 꿈을 꾸었지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에 묻혀 지내다 보니 글 쓸 생각 못 하고 엄벙덤벙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투병 생활을 하면서 병상 일기를 쓰려고 했으나 작심삼일이라고 얼마 가지 못하고 중단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무료한 시간을 메꾸려 글을 쓰다가 등단을 해보면 어떨까 하여 욕심이 지나친 줄 알면서도 신춘문예에 응모해 보았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이 딱 맞았습니다.
Q. 대한문인협회와는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무료함을 달래려 쓰고 또 쓰다 보니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다녀와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 글을 쓰고 난 후 저장한다면서 그만 클릭을 잘못해 여지없이 허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낙담하였으나 또 쓰면 된다는 생각에 쓰면서, 2013년과 2014년 유명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려 또 욕심에 응모했으나 당선작을 접해 보니 실력이 크게 미치지 못함에도 만용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등단에 대한 관심을 저버리지 못해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계간지 ‘대한문학세계’와 ‘대한문인협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응모 하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심사위원님의 배려로 엉겁결에 등단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문학을 시작하고 있거나, 시작해보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망설이는 분이 분명 많으실 것입니다. 그분들께 먼저 등단하신 선배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이 있을까요?
글쓰기란 두려워하면 절대 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주제를 정해 놓고 일기를 쓰듯이 열(十) 줄 이상의 산문을 써보십시오. 이 산문을 줄이거나 늘려가다가 불필요한 단어를 나무를 조경하듯이 가다듬다 보면 틀이 잡혀 제법 볼만해지겠지요. 이것을 초고라 생각하고,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읽고 읽어가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만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 퇴고하십시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이 시상이 떠오르면 구슬을 꿰듯이 쓰고 써보십시오. 그리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기본에 충실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Q. 등단 후 시인님께서는 어떻게 활동을 하시면서 문학 활동을 꾸준히 하셨는지 말씀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초보 티를 벗어나지 못한 글쓰기지만 서재에 글을 올려야겠다는 욕심에서 글을 쓰다 보니 제 생각으로는 실력이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욕심만 가지고는 안 되지만, 그래도 글을 쓰겠다는 욕심이 있기에 미흡하지만 쉼 없이 활동을 계속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삶을 살아가시면서 가장 힘들 때와 또 가장 기쁠 때가 있었다면 언제일까요?
청천벽력 같은 대장암 3기 말에서 4기 초쯤 된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가보지 않는 불지옥을 연상시켰지요. 자칫하면 가족들에게 큰 슬픔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 특히, 청상(靑孀)인 어머님보다 불효하게 먼저 먼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머리에 맴돌았을 때 가장 참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가장 기쁠 때라면 삼대가 무녀 독남으로 내려온 집안에 대를 이어갈 아이가 태어날 때며, 2녀 2남을 두게 되어 저의 제1집 시집 ‘가족 e이야기’처럼 더없이 행복합니다. 이는 어머님의 기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Q. 시인님께서는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대한창작문예대학을 졸업하셨습니다. 졸업 후 글을 쓰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창작문예대학 입학에 건강상의 문제로 등록을 망설였으나 이론과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김락호 이사장님과 여러 교수님의 격려 덕분에 글쓰기의 기본인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의 중요성은 물론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기본과 제가 쓴 작품에 대한 개인지도 등으로 글쓰기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기승전결의 중요성은 물론 퇴고(推敲)가 곧 글쓰기의 시작이면서 끝이라는 사실 등을 통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진척이 없거나 더 좋은 글을 쓰시려는 문우님께 적극 입학을 권합니다.
Q. 2019년도에 ‘쫓기는 여우가 뒤를 돌아보는 이유’라는 제호로 첫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제호가 참 길고 특이한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에서나 앞으로 닥칠 일보다 지난 일에 대해 더 미련을 가지고 늘 궁금해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미 지난 일들에 대한 것 중에 도움이 될 만 한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를 알고, 앞으로 나아갈 불투명한 일에 대해서 지난 일의 성패를 거울삼아야겠다는 의미입니다.
Q. ‘쫓기는 여우가 뒤를 돌아보는 이유’ 시집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한 편 부탁합니다.
바람 그리고 꽃향기(Ⅰ) / 박희홍
뒤란에서 불어오는 바람
오월 봄 향기 춤춘다
살포시한 종소리 같은
은은한 여운에 취한다
가슴속 따사롭게 하는
산들 한 연보랏빛 오동 향이다
도둑 비에 사그라진 향긋함
다시 코끝 발름할 날 기다려진다
Q. 많은 시 중에서 위 시가 가장 애착이 가고 대표적인 것은 어떤 사연이 있는지요?
독자들의 판단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시를 통해 좋든 싫든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연민의 정을 통해 다가올 날에 대한 희망을 품기 위함입니다. 대장암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다시 가족과 친지들의 품으로 돌아가 그들의 살냄새를 맡아 가며 살겠다는 의지를 나름 노래했기 때문입니다.
Q. 제2 시집도 곧 출간 준비하고 있는데 1 시집 출간 준비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긴장감은 좀 떨어지는 것 같지만, 퇴고하는 시간은 더 길어진 것 같습니다. 1집보다 더 좋은 작품을 선보여야 하는데 판단은 존경하는 독자들의 몫이기에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1집처럼 출간되고 나서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고 부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언제쯤 부끄럽지 않을 글을 지을 수 있으려나....
Q. 시인님의 제2 시집 ‘아따 뭔 일로’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 시집에 대해서 어떻게 구성을 이루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자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엔 1집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무색무취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 감염증 관련과 우리말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순우리말 시를 다루었고, 그 외 다른 주제에 대해서 서정적인 시로 엮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Q. 시인님께서는 주로 시심을 어디서 많이 얻고 언제 집필하시나요?
주로 명상과 산책길에 아니면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시상이 떠오르면 대충 기록해 둡니다. 딱히 정해진 집필 시간이랄 것은 없고, 기록해 둔 것을 보고 주로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쓰는 편입니다. 그 후로는 가능하면 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컴퓨터와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Q. 박희홍 시인님께서는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시에 대한 정의를 내릴 정도로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리어왕이 “말은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 생각은 아래에 남는구나. 생각 없는 말이 하늘에 갈 리 만무하니....”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이 말을 나름 음미해 보면 아마도 ‘생각이 있는 말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통해 글로 세상을 주유(周遊)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詩)’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문우들과는 주로 어떻게 소통을 하시고 만나시나요?
대면은 못 한다더라도 활발한 서재 활동을 통해 문우님들과 소통해야 하는 데 오히려 등단 초기 때보다 활동이 더 저조하여 쑥스럽습니다. 분기별 행사에 참여하여 댓글을 통해 소통하는 문우님과 대면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좋았습니다만, 올해는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대면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무척 아쉽습니다.
Q. 문학 활동을 하시면서 많은 수상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등위를 떠나 아무래도 등단 다음 해인 2017년 9월 처음으로 공모전에 응모하여(제10회 순우리말 글짓기 공모전, 동상) 받은 상이죠. 제 생각은 글짓기를 잘하지 못하지만, 운 좋게 매년 상을 받을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올해 짧은 글짓기에서도 입선했다는데 등위는 발표되지 않아 어떤 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들어갔다는 것이 큰 행복입니다.
Q. 코로나 때문에 문학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많이 답답하실 것입니다. 그래도 힘내시고 앞으로도 꾸준하면서도 활발한 활동을 응원합니다.
개인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계획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체계적으로 문학 전반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만, 우선 건강이 좋아져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면, 많은 인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여러 곳을 여행하고 더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목가 풍의 서정적인 시를 써보고 싶습니다.
Q. 바쁘신 중에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1 시집과 더불어 출간되는 제2 시집도 많은 사랑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문우님들께 인사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를 인물탐방에 초대해 주신 박영애 기자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가 인물탐방에 초대됨은 아마도 서재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분발하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와 대한문인협회를 이끌고 계시는 존경하는 감락호 이사장님을 비롯한 이사진 등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응원의 박수로 대신합니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존경하는 독자님들과 문우들님 그리고 함께해 주신 분들, 이 고난 또한 곧 지나갈 것이니 생활 속 거리 두기 등을 철저히 지켜 건강하고 멋진 나날이길 두 손 모아 봅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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