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문학세계 봄호 인물탐방 - 백낙원 시인님
  
Q. 백낙원 작가님 안녕하세요. 2024년 대한문학세계 봄호 인물탐방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가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A. 예 반갑습니다. 저는 시인이요 작가이면서 목사인 백낙원입니다. 그러나 시도 수필도 모두 어쭙잖아서 삼류입니다. 그래서 그런 시인이나 작가라는 호칭을 듣기가 민망하답니다. 제가 듣고 싶은 호칭은 “목사”입니다. 제가 하나님께 “목사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 지 만 20년 만에 응답을 받아 목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40여 년 동안 목회를 하였기 때문에 “목사”라고 불러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 시인님과 인연이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A.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10년이라고 하면 짧은 기간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저는 너무도 길고 긴 고달픈 세월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팔순을 맞아 팔순 기념 자전 수필집 “시시콜콜”도 발간하고, 출판 기념회도 했습니다. 동시에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50년이 되어 금혼식도 했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하였던가요? 아내가 지주막하 출혈로 쓰러져 지금까지 6년 가까이 누워 있답니다. 저는 속절없는 독거노인이 되어 바보상자와 컴퓨터를 지팡이 삼고 취미생활도 하고 글도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작가님 뵈면 취미활동으로 말을 타고 다니시던 모습 떠오르는데 지금도 혹시 말을 타고 다니시는지 궁금해요?
A. 제가 65세에 자원 은퇴를 한 후, 손수 황토방도 짓고, 약 4~50평 되는 우사(牛舍)도 지어 소도 길러 보고, 다른 가축도 키우면서 여러 가지 농사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70세가 되어 말을 타고 싶어서 말을 한 마리 사고, 집에다가 승마 트랙도 만들어서 타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면서 약 5년 정도 말을 탔습니다. 그러나 말이 병사하는 바람에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말을 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승마를 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인두화, 서예, 목각(木刻), 석각(石刻), 춘란 키우기, 관솔 공예 등으로 소일하면서 “황우 공작소”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https://www.facebook.com/nakwoun과 https://nakwoun.tistory.com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프로필과 저서를 보면 정말 화려하고, 많은 활동을 하신 흔적이 보여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문학 활동을 하셨는데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A. 원동력이 뭐냐고 하셨는데 저라고 별다른 게 있겠습니까? 저의 경험입니다만 목사는 새벽 설교를 비롯한 각종 예배 인도가 한 주에 12~5회 정도 됩니다. 그러나 저는 한 번도 원고 없이 강단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40여 년 동안 한 설교 원고가 아직도 상자에 쌓여 있습니다. 제가 섬기는 하나님께서 반강제적으로 글쓰기를 시키신 것이라 여깁니다. 그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나의 힘이 아닐지 하는 생각입니다.
Q. 시인으로, 작가로서 활동하시면서 많은 저서를 출간하셨어요. 어떤 저서가 있는지 간략하게 말씀해 주세요.
A.1. 설교집 “세미한 음성”, 2. 베델성서 연구 보조교재(전편), 3. 베델성서 연구 보조교재(후편), 4. 제1 수필집 “황야의 소리”, 5. 제2 수필집 “당신의 풀밭은 푸릅니까?”, 6. 제1 시집 “내 영혼의 깊은 곳에서 맑은 가락이 울려 나네.”, 7. 제2 시집 “씨밀레(영원한 친구)”, 8. 제3 수필집 “인간 상실의 시대”, 9. 제4 수필집 “자전 산문집 시시콜콜”, 10. 제3 시집 “마지막 잎새의 설움”, 11. 제5 수필집 “절대 허송세월하지 마라”
Q. 저서를 출간하고 두 번의 출판 기념회와 또 ‘명인명시를 찾아서’ 방송 출연도 하셨는데 그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A. 출판 기념회 말씀을 하셨지만, 아내가 건강하다면 몇 번이고 더 했을 것입니다. 아내도 없는 기념회는 너무 초라하고 슬퍼서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내는 곧 “내 안에 해”였습니다.
그리고 변화가 무엇이냐고 하셨는데,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많은 이웃이 “당신은 목사, 시인, 작가가 되었으니, 원도 한도 없겠네요”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날개 잃은 천사에게 날개가 달린 것 같답니다. 만약 제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와 수필은 저의 유일한 탈출구요, 삶의 원천이랍니다.
Q. 시집과 수필집, 산문집 등 많은 저서 중에서 작가님의 마음을 더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 부분은 부끄럽기에 짝이 없습니다. 제가 누구에게 사사 받거나 따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화장 안 한 민낯 같은 기분입니다. 그래도 좀 덜 부끄러운 것은 수필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수필은 “자전 산문집 시시콜콜”입니다. 여기엔 제 일생이 담겼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 드리는 저의 고해성사이기 때문입니다.
Q. 수필과 시를 쓰실 때 주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시나요? 차이점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씀해 주세요.
A. 두 가지 다 쉽지는 않습니다. 제 수필이 나도 모르게 설교조가 되는 것 같아서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는 항상 “쉬운 시, 고운 시”를 써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현대 시가 너무 난해해서 오히려 외면당하는 것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시작(詩作) 노트라고 해서 주를 달아 놓았더니 좋다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Q. 3월에 “절대 허송세월하지 마라” 제호로 다섯 번째 수필집이 출간된다고 들었어요. 참 쉬지 않고 집필하시는데 그 에너지는 어떻게 충전하시는 것인지요?
A. 아내가 와병 중이라 4~5년 동안 절필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가는 날만 기다려서야 되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육체적인 건강 유지를 위해 매일 600보 이상 걷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저장해 둔 자료들을 모으고, 다시 붓을 들어 제5 수필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게도 심신에 고난이 많았지만,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는 말씀을 믿고 여기까지 왔답니다.
Q. 제호를 보면 세월의 연륜만큼이나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희로애락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 텐데 어떤 의미에서 제호를 정하셨나요?
A. 책 서문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안타깝기에 짝이 없습니다. 목표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잘 잠 다 자고, 놀 것 다 놀고 어떻게 보람된 인생을 살 수 있겠습니까?
저도 열심히 성실하게 산다고 살았지만,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고 후대(後代)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노파심에서 “절대 허송세월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Q. 이번 수필집은 독자의 반응이 어떨 것 같나요? 독자가 이 책을 본다면 어느 부분을 중점으로 해서 보면 좋을까요?
A. 제가 독자의 반응을 미리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앞으로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행여 늙은이의 잔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으라면 “절대 허송세월하지 마라” 중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E. 인생의 가감승제(加減乘除)
1. 인생의 가감승제(加減乘除)
2. 인생이란 무엇인가?
3. 인생 8고
4. 인간의 자아(自我) 관리
5. 감상주의와 인간의 삶
6. 인생의 겨울 준비
7. 배롱나무와 인간성
8. 살판을 다시 만들자
9. 소나무와 인생살이
10. 인격의 장광고저(長廣高低)
Q. 작가님은 어떤 인연이 되어 문인의 길로 들어섰는지요?
A. 뒤돌아보니 제가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주보도 많이 없던 시절에 주보는 물론, 교인 수첩, 교육용 책자(베델성서연구) 2권, 그리고 제가 시무하는 교회마다 교회가(敎會歌)를 만들어 부르게 했고, 교회 신문도 발간했습니다. 그러다가 은퇴하기 전에 설교집, 수필집, 시집까지 출판했습니다.
제 시집을 읽은 분들이 등단하라고 말씀들을 하셨지만 외국처럼 책을 내면 시인이고 작가인데 꼭 등단이란 절차가 필요할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75세가 되어 노욕이 발동해서 이곳저곳 문단을 기웃거리다가 세 군데 문단에서 시와 수필 모두 합격이 되어 정식으로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까지 문인으로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의미 있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A. 제가 현실을 비관하면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면 우울증 같은 몹쓸 병이라도 걸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탈출구가 바로 시나 수필이었습니다. 이러한 시와 수필로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3 시집인 “마지막 잎새의 설움”을 통해서 늙은이들의 외로움과 아픔, 그리고 부부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알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시집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거나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한 편 소개해 주세요.
A. 한 편만 고르기가 대단히 어렵군요. 그렇지만 저는 시 두 편을 고르겠습니다.
* 나무이고 싶다.(한그루 나무(시인)는 외롭지만 우리 대한문학세계 시인들과 만나 숲을 이룬다면 분명히 맑고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고독의 짙은 그림자 드리운 채
타박타박 외로운 나그넷길
40여 년의 고달픈 여정 벗어나
물 맑고 빛 고운 청하에 뿌리내렸다.
나 이제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두 손 두 팔 하늘 향하여 쳐들고
오관은 살랑살랑 바람 일구어
맘껏 몸 흔들며 노래하는 나무이고 싶다.
카멜레온 같은 배신 변절 야합 거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안색 바꿔도
푸르고 푸른 사랑 고이 지닌 채
생명 다하도록 서 있는 나무이고 싶다.
낮에는 숨 막히는 공해 빨아들이고
밤에는 시(詩)란 산소(酸素) 뿜어내며
언젠가 동지들 만나 숲 이루어
이 세상 정화해 나가는 나무이고 싶다.
* 날개가 없어 서러운 호랑이.
(오늘은 사람의 핏줄 속에 사랑의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랑의 시대가 아니라 동과 서, 남과 북, 오대양 육대주 현대인 모두의 핏속에 푸른 피가 흐르는 증오의 시대인듯합니다. 이제 미움, 다툼, 살상의 일상에서 벗어나 따스한 온기 감도는 지구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섯 자 방, 바보상자, 비대 구멍으로
세상 내다보는 것 진절머리가 난다.
얽맨 모든 사슬 끊어 버리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다.
무주구천동이면 어떻고
삼수갑산(三水甲山)이면 어떠하랴.
백두대간 막다른 골짜기면 어떻고
땅끝마을 여느 개어귀도 좋지 않은가.
중(㑖)도 만나고 서(庶)도 만나고,
굴뚝새 친구하고 다람쥐와 점심 먹고
노루 사슴 어깨동무 너풀너풀 춤추고
귀신고래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코쟁이도 만나고 깜둥이도 만나고
손짓발짓이면 어떠리 이웃사촌인데.
멀어 봐야 지구촌이요
넓어 봐야 오대양 육대주
날틀 타고 10시간이면 족한데
날개 없는 호랑이 서럽기만 하여라.
* 황우가 호랑이띠이고 우리나라가 호랑이 형상입니다.
* 비대 구멍 :좁디좁은 구멍.
* 개어귀 : 냇물이나 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어귀. 포구.(갯어귀)
Q. 시인님의 삶을 돌아볼 때 지나온 시간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말씀해 주세요.
A. 제가 청소년 시절에는 나이가 들어 보이려고 도수도 없는 안경을 쓰고 다녔습니다. 장년 때는 목회를 하느라 앞만 보고 죽자고 달렸습니다. 그래서 노년 때는 좀 느긋하게 살아보려고 조기 은퇴했는데,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 쏜 살이군요. 인생이란 봄밤의 꿈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 소망의 줄 꼭 붙잡고 살아야겠습니다.
Q. 앞으로 시인으로서 작가로서 하시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출간 계획이 있으신지요?
A.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하나님이 허락하시고, 제 정신머리가 지탱만 해 준다면 구순 기념 문집을 하나 내고 싶습니다. 요즘을 100세 시대라 하는데, 행여나 하나님께서 100세 기념 시집 하나 더 내고 오너라! 하실지도 모르지요. 노욕이라고 욕하시지는 마세요.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Q. 작가님께 수필이나 시란 무엇일까요?
A. 수필이나 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게는 하나의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요, 해산의 고통 뒤에 오는 득남의 기쁨입니다. 세속적으로 말하면 오르가슴이라고나 할까요. 김락호 이사장님의 “시애몽”처럼 저도 항상 “시애몽”을 꾼답니다.
Q. 지면을 통해서 함께할 수 있어 기뻐요. 작가님께서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과 많은 사랑 받는 시인님, 작가님 되길 바라면서 대한문학세계 독자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해 주시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A. 먼저 제가 대한문인협회 회원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운아입니다. 저는 이만큼 알차고 우수한 문학세계를 다른 곳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젠틀하시고 양심적인 대표님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문학세계를 통하여 마음껏 이상을 펼치시기를 바라며, 작은 시냇물 모여 강물 이루듯, 대한문학세계 독자 여러분도 서로 한데 모여 대양(大洋)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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