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문학세계 겨울호 인물탐방 - 김정희 시인
  
맑은 목소리를 가진 김정희 시인은 ‘詩鄕(시향)의 거리를 떠도는 외로운 나그네’라고 스스로를 시인의 감성으로 노래한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울림을 시로 표현하고 이를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삶이 아니겠냐고 환하게 웃는다.
시와 음률 박자가 조화롭게 만나면 노래가 된다는 김정희 시인은 성악을 따로 전공한 것도 아닌데 ‘노래하는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선지 위에 앉은 시 한 편은 독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겨주어 아름다운 노래로 탄생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는 대한문인협회 봄 행사에서 축가를 부르면서 노래하는 시인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넓은 들의 자연을 바라보며 시상을 떠올리고,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돌 틈 사이의 작은 풀꽃이 더 큰 느낌으로 와 닿는다고 한다. 의미를 부여하면 이름 모를 풀꽃도 시작 노트의 주인공이 되어 준다며 자연과 시는 친구 같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Q. 시를 알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A. 초등학교 3학년 때 문학소녀였던 단짝 친구 숙영이가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 진달래꽃, 못잊어 등을 쓰고 그림을 그린 쪽지를 제 등을 콕 찌르고 전해 주며 “너무 좋지 않니?”라고 귓속말을 했어요. 그것이 시를 처음 접한 경험입니다. 선생님께 들켜서 둘이 혼나기도 했지요. 어린 나이에 그 친구는 이미 시를 이해하고 너무나 좋아하는 문학소녀였습니다.
중학시절까지 시골길을 함께 걸으며 시를 외우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책도 읽고 꽃도 따며 감성을 나누던 단짝 친구였는데 미인박명이라고 하더니 40대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 뜨기 직전까지 일기와 글을 썼는데 자신의 병을 알고는 모두 불태워 버리더랍니다. 등단식날 그 친구 생각에 마음 아파서 눈물이 났습니다.
Q. 시를 쓰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A. 어느 분으로부터 시를 써 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주로 산문을 썼던 저는 시는 어렵다고 했지요.외국 작가들의 작품 사진을 보내주며 느낌대로 시 한편을 써 보라고 해서 도전한 첫 작품이 ‘시향의 거리’입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전했는데 등단이 되었다는 소식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웠습니다.
Q. 시를 언제 처음 쓰셨나요?
A. 딱히 언제라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하고 늘 낙서를 하는 중에 시적 표현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달빛 아래 희다 못해 푸르게 보이는 철쭉꽃을 보고 “누가 너를 꽃이라 했나”라는 시를 25년 전에 썼었습니다.
Q. 어떤 생각이 그 시를 쓰게 했나요?
A. 마치 별을 보는 것 같았어요. 달빛에 희다 못해 푸르게 빛나는 꽃을 보면서 마치 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이들 키우면서 모두 잠든 밤이 유일한 내 시간이라 글을 쓸 때의 그 시간이 더 없이 소중했습니다.
Q. 시를 맹렬히 쓰고 싶을 때가 있나요?
A. 맹렬히 쓰고 싶다기보다는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때의 느낌을 시로 표현하고 싶은 간절함이 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 편의 시를 쓰지 못해 밤을 지새우기도 하지요.
Q. ‘시란 이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신다면?
A. 누구나 감성의 표현을 글로 표현하면 시가 될 수 있는데 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요.
저도 시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시인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시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더 없이 기쁩니다.
Q. 시가 삶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 한 편의 시가 어떤 이에게는 감동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시는 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젠 문우들이 예전의 친구보다 더 가깝고 문우와 함께 동행하는 삶이 행복합니다.
Q. 시인님은 언제 시를 쓰시나요?
A. 그냥 느낌이 있을 때에만 씁니다. 억지로 고상한 단어를 엮어 숙제하듯 써가는 현란한 언어의 유희보다는 가슴에 느껴지는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수준 높은 어려운 말보다는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Q. 군부대에 위문 공연을 가신 걸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가게 되었나요?
A. 동부전선 최전방 모 연대의 요청으로 갔던 장병들의 정서 함양을 위한 문학 행사였습니다. 2016년 9월에 갔었고 이번 2018년 10월에 두 번째 행사를 하고 왔습니다.
연대의 장병들과 서울지회 임원들이 함께한 군 장병들의 글짓기 대회, 시낭송, 장기자랑, 문인들의 시낭송, 축가 등으로 엮은 행사였습니다. 젊은 연예인이나 걸그룹도 아니고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시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우수작도 많았고 수상자에게 4박 5일의 휴가가 상으로 주어지자 일제히 환호와 참석하지 않았던 장병들의 아쉬운 탄성이 나오더군요.
본 행사는 군부대에 상담관으로 근무하는 임미숙 시인의 요청으로 많은 분들이 약 6천여 권의 도서를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국방일보에 소개되면서 국군들에게 대한문인협회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문우들의 동참으로 더 많은 도서가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생애 가장 즐거웠던 일이나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싶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A. 그야 물론 소중한 자식을 얻었을 때죠. 또 진정한 나를 찾았을 때 자아실현을 해 가는 과정에서의 성취감도 큰 기쁨이라고 봅니다. 근래에는 마음에 드는 자작시 한 편 쓰면 왠지 뿌듯하지요. 시낭송을 배우면서 자작시 “부치지 못한 편지를 제 목소리로 낭송하고 배경음악과 영상을 옷 입고 세상에 나왔을 때, 정말 기쁘고 가슴 벅찬 전율이 흘렀습니다.
Q. 대한문인협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아름다운 추억이 참 많은데 어떤 것을 소개해야 할까요? 2014년 국회 헌정 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문인협회 가을 행사에서 두 달간의 폐렴을 앓던 중이었는데 축가로 그리운 금강산을 무사히 열창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열리는 아름다운 시화전이 떠오릅니다.
Q. 대한문인협회 지회장을 맡았을 때의 첫 느낌과 포부는 어떤 것이었어요?
A. 2015년부터 2년간 서울인천지회 사무국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지회장이라는 역할은 너무 큰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2017년부터 서울지회장이 되었습니다. 서울지회야 말로 대한문인협회의 대표라고 할 수 있기에 모범이 되도록 잘 운영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다행히 선배님들의 조언과 문우님들의 단결 속에 2년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되어 기쁩니다.
Q. 지회장을 맡으면서 즐거웠던 일 보람 있었던 일 또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지회의 행사는 늘 즐겁고 보람으로 느껴집니다. 실내 행사는 비교적 쉽지만, 시화전이나 문학기행 등은 기획부터 현지답사 등 사전 준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행사 일정을 잡아 놓고 날씨가 안 좋을 때 가슴 태우기도 합니다. 2018년 4월 시화전과 향토문학 경연대회를 하던 날도 날씨 때문에 속을 태웠습니다.
보람도 있었지만 또 힘든 적도 있었지요. 서울인천지회에서 인천지회가 다시 독립하게 되면서 그동안 오래 함께 하며 정들었던 인천의 문우들과의 분리는 참 많이 서운하고 아쉬웠지요. 그러나 현재 서울지회와 인천지회는 큰집 작은집처럼 함께 또 따로 서로의 발전을 위해 행사에도 참여하고 격려하며 경조사도 챙기면서 우정을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가을 문학기행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며 즐거워하던 문우님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었답니다.
시화전은 멋진 행사지만 부담도 큽니다. 행사 일정에 따라서 장소 섭외도 신중히 해야 하거니와 야외에 시화를 설치해야 하는 시화전은 준비와 마무리까지 큰 부담이 되기도 하고 문우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새벽부터 서로 먼저 현장에 나와 한 개라도 더 작업해 두려고 애쓰는 문우님들이 계셔서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작품을 꼼꼼히 감상하시는 시민들의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만나면 보람 있습니다. 지면을 빌어 애써주신 문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부족한 저와 함께 서울지회를 위해 헌신해 오신 임원님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혜정 자문위원님, 길상용 전임지회장님, 김희영 감사님, 홍진숙 사무국장님, 임미숙 총무국장님, 김명시 홍보국장님, 최승영 기획 차장님을 비롯하여 열정적으로 서울지회를 위해 헌신해 주신 임원들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시고 행사마다 솔선수범하여 도와주신 분들과 행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문우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계심으로 서울지회가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Q. 차기 지회장님한테 이것만은 꼭이라고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저보다 유능하신 차기 지회장님께서 훨씬 더 잘하실 텐데요. 그래도 꼭 한마디 남겨야 한다면 지회는 작은 대한문인협회라고 생각하시고 협회가 나아가는 방향에 발맞추어 문우들이 활동을 잘하시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지회장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원들과 함께 활기찬 서울지회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때로는 뜻밖의 일들로 외롭고 힘든 날도 있겠지만 문우들을 두루 살펴 가시면서 활기 넘치는 전통 있는 멋진 서울지회로 발전시켜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Q. 시인님은 언제가 가장 행복하세요?
A. 마음에 드는 시 한편을 쓸 때가 시인으로서는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 아닐까요? 슬픔도 아픔도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모든 나날들 행복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1년 넘도록 췌장암과 사투를 벌이며 외부인과 격리된 병실에서 치료중인 언니를 간호하면서 드는 생각은 세상 모든 염려와 욕심은 다 부질없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오늘이라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여겨집니다.
Q. 시집 출간 계획이 있다면 언제쯤일까요?
A. 아직도 설익은 시를 세상에 내어놓기가 부끄럽긴 하지만 내년쯤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출간했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직 마무리를 못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이루고 싶은 꿈은요?
A. 조용히 시를 쓰면서 자아실현을 하며 나에게 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소외된 곳에 찾아가서 시와 노래 그리고 낭송으로 마음을 나누며 남은 삶을 채워가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를 찾아와 주신 이고은 기자님 그리고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대한문학세계 김락호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대한문인협회의 모든 문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생애 가장 행복한 한 해 되세요. 고맙습니다.”
시와 삶이란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삶 속에 느껴지는 희로애락을 표현한 것이 시이다. 시는 곧 삶의 노래이다. 시는 함축된 자서전이라고 깊은 여운을 남기시며 지면을 통해 끝인사도 잊지 않고 하시는 김정희 시인님과의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친다.
글 / 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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